나는 차를 타고 있는 중이다. 가다보니 그분이 보고 싶다. 보러 가는 중이지만서도 보고 싶다. 그분을 보러 가다보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들도 알 것이라고 믿는다. 이 곳은 아주 오래전에 무너졌다. 자연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물론 인간들이 자연을 먼저 버렸지만, 덕분에 내가 살던 아름답고 지혜롭던 바다는 한순간에 무너져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며 휴대폰을 켰다. 인터넷을 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기사의 제목이 나의 맥박을 빠르게 한다. "속보: 서부권 리브라도 수복 작업 중, 새로운 종류의 크리쳐 발견"
지금으로부터 136년 전, 그러니깐 내가 태어나기 100년도 더 전이다. 위리디리스가 더러워지며 오사이운스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 괴물들은 우리 오사이운트 공화국의 3경(京)을 제외한 모든 땅인 47도(道)[1]를 모두 빼앗았다. 우리는 이 많은 인구가 그 좁은 3경에 모여살며 다시 그 땅들을 탈환할 계획을 세웠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상위 헌터들이 먼저 파악하러 투입되겠지. ' 나는 아직 청소년인 내가 이 작전에 초기 투입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헌터하니 생각나는군, 헌터... '
이후 에일로스[2]들은 각성이라는 것을 하며 헌터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하나... 다행이 헌터들은 '크리쳐'(그 괴물들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사실 이름은 크리쳐지만, 생성물이라기 보다는 세이렌, 변이종 등 환경 변화 후 생긴 괴물들을 의미한다. 가끔 어른들의 머릿속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괴물의 이름을 생명체라고 짓는지... )들을 이기기에는 충분했다.
그 기사를 보고 나는 들끌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크리쳐가 발견된 것이 짜증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떠올리기 싫은 한 사람이 떠올랐던 것 뿐이다.
최초의 각성자는 세카르트였다. 그는 헌터로서는 단연 최고였다. 중부권 켈바도와 베리도, 엘라디도, 동부권 산타도, 아쿠아도, 벨라도, 남부권 라벤도 그 모든 곳에서 ‘크리쳐’를 말끔히 척결했다.
나는 생각했다. '가는 길에 협회에나 들를 걸 그랬나? ' 이미 협회는 지나쳤으니, 돌아가는 길에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도로를 달리는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카네이션[3]이 보인다. 노란 빛으로 빛나는 카네이션... '협회는 지금이라도 잘 돌아가니 다행이군... 그래 처음 생겼을때 보다야... '
세카르트, 그의 등장 3년 뒤, 헌터 협회가 설립되었다. 당연하게도 초대 협회장은 세카르트였다. 그러나 곧 우리는 깨달았다. 그는 협회장으로서는 꽝이었다.
나는 잠시 동경에 들렀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이곳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 ' 이곳을 우리 오사이운스 공화국의 품으로 안겨준 그가 우리 아버지를 죽도록 한 사람이라는 점이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세카르트, 그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중부권 3개 도(道), 동부권 3개 도, 남부권 4개 도 중 단 1개 도를 되찾았다. 그리고 동부 끝자락에는 ‘동경(東京)’[4]이라는 이름의 작은 영토, 소경(小京) 하나가 세워졌다.
'가는 길에 꽃가게도 들려야지' 이미 품 안에는 아카데미 학우들이 준 꽃다발들로 가득했지만, 나는 내가 직접 그분을 위한 꽃다발을 고르기로 결심했다. '학우들은 잘 수업 받고 있으려나... ' '생각해보니 지금이야 아카데미가 헌터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는 곳으로 사용되지... 아카데미 학생으로서도 그놈은 용서할 수 없군... '
그러나 세카르트, 그는 켈바도에 세워진 아카데미들을 지원하기라도 하지는 못 할 망정, 헌터 양성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그분을 뵈러 가는 길, 복잡하기만 하다. 길도, 마음도... "기사님 잠시만 멈춰주세요. " '마음이 아려온다. 아니, 심장이 조여온다. 나는 평생 세카르트 그놈은 잊지 못한다. '
그날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세키르트는 협회 일은 돌보지 않고, 크리쳐들이나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세카르트는 원정대를 이끌고 동부권에 나타난 낙지 변이종을 토벌하러 나섰다. 그날 그 원정단은 전멸했다... 물론 세카르트를 포함하여, 난 아직도 세카르트를 증오한다. 세카르트만 아니였어도, 나는 오늘 아침 아버지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갔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도 보고 싶다. 그분을 뵈러 가는 길, 돌아가신 나의 모든 가족들을 보고 싶다... 뵌 적 없는 피쉬스의 친구까지도... '외할아버지... 당신도 세카르트를 미워하셨죠... '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국왕 도르핀은 크게 격분했다. 그가 격분하면 소리치기를... "세카르트 그놈은 협회일은 보지도 아니하고, 괴물이나 토벌하러 돌아다니며, 심지어 죽어? 그리고 무고한 내 부마까지 앨갈드[5]로 데려가? " 나도 할아버지가 화내시는 모습을 본적은 없다. [tmi]
'오랜만에 우리 아버지 전 동료시던 원 어폰 길드원들이나 뵈고 갈까? '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가는 곳도 주변이니 한 번 들러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길드... 아버지의 죽음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지... '
어쨌든, 세카르트는 죽었고, 이제 협회는 헌터들을 보호하기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 ‘길드’라 불리는 조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성된 0기 길드들—그타 길드, 원 어폰 길드, 아스트로 길드—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다. 뭐 그타 길드는 망해가는 추세지만 말이다. 그래도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와 같이 일하시던 동료들은 '원 어폰'이라는 길드를 만들어냈다. 이름은 우리 아버지를 추모하여 지었다고 아버지와 매우 친하시던 마르코스 세레나스 삼촌(참고로 현 국방부 장관이시다. )이 얘기해주셨다.
"이곳이 그 건물이 맞나요? " 나는 기사님께 여쭈었다. "그래, 이곳이 2대 협회장 '울트만 모' 협회장님께서 별장으로 사용하시려 지으시던 건물이 있었던 자리지... " "그렇게 골조공사가 부실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 나는 생각했다. '울트만 모... 그도 잘한것은 아니지만 세카르트보다는 나았지... '
뭐 협회장이 돌아가시자, 당연히 협회는 난리가 났다. 협회장의 자리가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진짜 없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차기 협회장은 그래도 어떤 무리를 이끈 경험이 있는 사람을 고르기로 했다. 그타 길드의 길드장, '올트만 모'다. 그는 가문적으로도 뛰어났다. 기술의 혁신으로 유명한 '모'가,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초대 길드장이자 시스템 설계자였던 올트만 모가, 그타 길드를 바닥부터 삐끗하게 설계해놨다는 걸. 그리고 그 삐끗한 골조공사가 진짜 무너질 날이 올 거라는 것도.
나는 다시 기사를 내렸다. "이세길드 길드장, 이번에도 도시를 지키다. " '그래 이 이세길드 길드장도 원래는 그타길드 소속이였다지... 뭐, 그래도 잘 빠져나온 것 보면 눈치는 있네... '
말했듯이 그타 길드는 현재는 망해가는 중이다. 길드 하나 골조공사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협회를 잘 이끌어 갈 리는 전무했다. 그는 교육에 대해선 아카데미에 자격증과 830진(한화 약 10억) 정도의 돈만 던져줬다. 물론 대부분의 아카데미 교장들은 그 돈을 뒷주머니에 넣기에 바빴다. 어차피 가져갈 거라면 대놓고 앞주머니에 넣지, 참 미련한 사람들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뭐 헌협이 지금은 안정기니까... ' 그 길고도 긴 불안전기를 겪으신 그분들은 대단하시다. 나는 겪어본 적도 없지, 뭐 아버지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인데...
이렇게 협회가 난리 나고, 도무지 안정되지 못한 그 기간이 무려 30년이다. 그 사이, 길드들은 이미 우후죽순 생겨나 있었다. 협회가 사실상 무너지는 동안, 1차 길드 대홍수라고 불릴 만큼—100개가 넘는 길드들이 생겨났다. 우리는 이 길드들을 ‘1기 길드’라 부른다.
나는 다시 기사를 곱씹었다. '이세길드 길드장도 여간 현명한 에일로스는 아니군... 나도 이분의 지혜를 본받아야겠어. ' 그분이 그타 길드의 간부였다니...
말했듯, 1기 길드 중 그타 길드에서 간부였던 한 사내가 만든 이세길드가 있다. (이 사람, 꽤 현명했던 모양이다. 그타 길드가 망하기 전에 나왔으니까. 지금도 이세길드는 전체 1위를 차지하는 초거대 길드다.) 그리고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나이트베인 길드 같은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전설들이 이때 쏟아져 나왔다.
'가는 길에 녹청이랑 녹궁도 들러야겠군' 아! 참고로 녹청과 녹궁의 차이를 모르는 에일로스가 있을 듯싶어 적어놓는다. 녹청은 행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 청사 및 대통령의 관저 건물이고, 녹궁은 국정권을 소유한 조정[6] 및 왕의 거주지가 있는 건물이다. 어찌되었던, 나라가 어지러워도 항상 정부와 조정은 현명했다. '적어도 오사이운스 공화국은... '
그나마 정부랑 조정은 생각이 있었는지, 몇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탐사팀과 정화팀을 꾸려 여러 지역들을 탐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탐사 6팀을 전부 동원하여 주변지역을 탐사하고 그 당시에 있었던 186개의 길드를 전원모집하여 미수복 지역 중 남부권에 남은 3도(비아도, 카밀도, 파르케도)의 대부분 크리쳐를 척결하였다. 그리고 5개의 특구[7]를 설치하였다.
그 시기, 한 남자가 낡은 철문 앞에 섰다. 남자의 이름은 루이 필로페. 그는 손에 종이 여러 장—길드 참가 신청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들고 있었다. 길드장 유티 그하메는 그 서류들을 받아보곤, 짧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건 몇 년 만이지..." 그렇게 루이는 계약서를 받았다. 그가 원한 건 단순한 취직이 아니었다. 길드 안에서 정점에 오르겠다는, 야망이었다.
그는 해냈다.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간부 33인 중 4위. 그러나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유티 그하메와의 연고[8]가 없다는 이유로, 그는 정점으로 갈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계약이었다. 계약서엔 탈퇴에 대한 조항이 있었다. "루이 필로페는 그타 길드에서 60년 이상 일하고, 60년이 지날 경우 길드장의 허가를 받고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21조진[9]의 위약금을 길드에 지불하여야한다." 사실상 탈퇴 불가능, 말로만 악마의 계약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 계약에 갇혀 무너졌다.
동시에, 협회장 올트만 모는 어느 날 본인의 별장 골조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철근이 기둥을 삼키듯 무너졌다. 공사장을 둘러보던 그 순간, 기초가 뒤틀린 구조물 하나가 마치 운명처럼 그를 덮쳤다. 그는 단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협회장의 자리는 공백 상태가 되었다. 모두가 다음 협회장이 누가 될지 주목했다. 그중,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른 인물은 놀랍게도 이세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자신이 아닌, 예전 동료였던 루이 필로페를 추천했다. 당연하게도 루이 필로페는 협회장이 되며 계약은 의미가 없어졌다.
당연하게도 보수적인 세력은 반발했다. “저 자는 누구인가?”, “얼굴도 모르는 자를 협회장으로?” 그러나 루이는 단 3주 만에 그들을 바꿔놓는다. 취임 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그는 법률 제의안 246건을 제출했다. 하나같이 타당하고 날카로웠다. 그는 정치가가 아니었다. 설계자였다. 그의 설계는 체계적이었고, 말끔했고, 위험했다.
루이 필리페가 취임한 지 세 달이 되던 해, 그는 놀라운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연고주의 완전 폐지를 위한 법제화", "각성자법, 헌터법, 협회법 등의 전면 개정" 등이 그것이었다. 그 결과, 헌터 등록제와 길드 등록제를 통해 길드들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는 곧 군사 임무에 길드와 헌터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 이어졌다. 단, 지나친 개입은 지양하고 여러 길드들과의 협업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협회가 제대로 헌터와 길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루이 필로페는 미수복 수복화 작전에 돌입했다. 정부와 조정의 도움을 받아 6개의 탐사팀을 보내 지역을 탐사하고 그 당시에 있었던 길드 124개를 모두 소집하여 전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철옹성이였던 서부권의 3도(리브라도, 포르도, 말리도)를 수복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행정구역을 정비했다. 북부, 서부, 남부에 소경들을 하나씩 더 설치하였고 5구였던 특구체계에 교육특구인 노오르벨구를 추가하였다. 이때 비로소 우리가 알고있는 16도, 3경, 4소경 6구의 형태가 나왔던 것이다. 이때가 크리쳐들이 나타난지 80년이 지났을 때다.
- 미완 -
[1] 여기서 '47도'는 온도(℃)가 아닌, 오사이운트 공화국의 행정 단위 도(道)를 뜻함. [↩]
[2] 에일로스는 위디리스의 생명체들 중 지성체를 의미하는 단어로 다음 두 조건을 충족하는 생명체를 뜻 함.
1. 脂性體: 지혜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나, 애매하고 약간의 예외도 존재함. (예외: 인간 등)
2. 知性體: 충분한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함. 기준은 본인을 인지하는가, 미적분의 이해가 가능한가, 언어가 있는가, 사후관념이 있는가 등 16가지이다. 예외는 없다.
[↩]
[3] 위디리스의 식생은 지구와 달라 카네이션, 단풍나무, 돌단풍, 광릉요강꽃, 바닐라 오키드 등의 지구의 육상식물들도 오사이운스같은 바다에 살고 있다. [↩]
[4] 여기서 '동경'은 '동쪽의 수도'라는 뜻으로 오사이운트 공화국의 군사 특별 행정 단위 소경(小京)중 동쪽에 있는 소경을 뜻함. [↩]
[5] 앨갈드는 웜델피들의 종교인 파도교에서 선한 에일로스가 죽으면 간다고 믿는 공간. 지구의 천당, 천국과 비슷하다. [↩]
[tmi] 참고로 이 당시의 국왕 도르핀은 델피네(서술자)의 외할아버지이다. [↩]
[6] 여기서 ‘조정’은 ‘분쟁을 중재하는 조정(調停)’이 아니라, 군주가 신하들과 함께 정사를 논의하고 집행하는 행정 기구 ‘조정(朝廷)’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왕실’ 혹은 ‘궁정’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
[7] 금융구 피네스트리움(Finestrium), 문화구 세이노아트(Sainoart), 교육구 노오르벨(Noorbel), 관광구 아쿠네리아(Aquneria), 전략구 바리아델(Barriadel), 공업구 테크토룸(Tectotrum) [↩]
[8] 여기서 ‘연고’는 약이 아닌 연고주의의 혈연, 지역, 학연을 의미한다. [↩]
[9] 오셸 (Oshel) — 기본 화폐 단위, 셸 (Shel) — 0.01 오셸, 소액 결제나 일상적 거래에 사용, 진 (Jin) — 100 오셸, 고액 거래나 저축 단위, 1 Oshel ≈ 1,200 KRW, 1 Oshel ≈ 0.90 USD, 1 Jin (100 Oshel) ≈ 120,000 KRW ≈ 90 USD, 1 Shel (0.01 Oshel) ≈ 12 KRW ≈ 0.009 USD (약 1센트) [↩]